임원을 해임하기 전에 회사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해임 사유가 아니라 그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입니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만, 근로자가 아니면 해임의 다툼은 상법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등기했는지 여부는 참고 사정의 하나일 뿐이고, 판단은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이라는 실질에 따라 정해집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그 실질을 보여 주는 것은 회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계약서·의사록·전결규정·근태기록 같은 서류입니다.
직함이 바뀌어도 하는 일이 그대로면 근로자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대법원은 임원이라도 그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며 보수를 받았다면 이 정의에 해당하는 근로자로 봅니다(위 2002다64681 판결). 공장장이 이사대우로 승진한 뒤에도 매일 같은 공장에 출근해 종전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보수를 받은 사안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판결이 대표적입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따라서 직원을 임원으로 발령하면서 업무·근태·처우를 그대로 두면, 직함과 무관하게 근로관계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진 발령 전후 3개월의 출퇴근 기록과 결재 이력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면, 그 임원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대체로 드러납니다.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 경향은 다르지만 기준은 하나입니다.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므로(상법 제382조 제2항), 등기임원의 근로자성은 부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분 8.27%를 보유하고 담당 사업부의 최종 결재권을 행사했으며 법인카드를 재량으로 사용하고, 취업규칙에 사용자 측으로 서명하면서 그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 있던 전무이사 사안에서, 대법원은 근로자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6537 판결). 이 판결은 임원의 보수와 퇴직금이 상법에 근거한 것이어서, 보수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한편 비등기임원은 종래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은 대규모 보험사의 미등기 상무에 대해, 전문 분야 경영을 위해 특별히 임용되어 업무를 총괄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차별화된 처우를 받았다면 위임 사무 처리로 볼 수 있다며 근로자성을 부정했고(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2025년 12월에는 건설사 부사장·사내이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1·2심을 파기환송하기도 했습니다(월간노동법률 2026. 1. 13. 보도). 반대로 미등기 전무가 그룹 회장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회사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며 퇴직금을 세무서에 신고해 온 사안에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됐습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양쪽 모두 등기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실질이 결론을 정했습니다. 등기임원인데 실질이 직원과 같아도, 비등기임원인데 실질이 경영자와 같아도, 결론은 서류상 지위와 반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2026년 노동위원회 판정도 서류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노동위원회 판정례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안은 별도의 임원 선임 절차가 없었고 대표이사의 업무 지시 내역이 확인되며 전결권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노동위원회 판정례, 결정문일련번호 416729·414689). 전무로 임용된 전과 후의 출퇴근 기록이 그대로였고 휴가를 대표이사에게 보고한 뒤 사용했다는 사정이 근거가 된 판정도 있습니다(결정문일련번호 414345).
반대로 부정된 사안에는 임원 위임계약서와 임원 처우 지침이 문서로 있었고, 위임전결지침상 최종 결재권을 행사했으며, 노사협의회에 사용자위원으로 참석했거나(결정문일련번호 416567) 등기이사로서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고 연봉이 대표이사보다 많았습니다(결정문일련번호 416563). 임원 위촉계약이 대등한 관계로 체결되어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판정(결정문일련번호 415135)과, 대표이사 임기 만료 후의 거취를 이사회 의결로 결정해 온 회사의 선례를 근거로 삼은 판정(결정문일련번호 417117)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정문이 들여다본 것은 직함이 아니라 계약서와 규정, 그리고 그대로 운영된 기록이었습니다.
자문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다섯 가지 서류입니다.
임원 근로자성 자문에서는 판례가 들었던 사정을 회사의 서류에서 그대로 확인합니다. 첫째 계약서의 명칭과 용어가 위임계약인지 근로계약인지, 둘째 주주총회·이사회 의사록 등 임원 선임 절차가 남아 있는지, 셋째 위임전결규정에 그 임원의 결재 권한이 정해져 있고 실제 결재 이력이 있는지, 넷째 근태 관리와 보수·처우가 일반 직원과 다르게 운영되는지, 다섯째 노사협의회 위원 명부에 어느 쪽 위원으로 올라 있는지입니다. 다섯 가지가 위임계약에 맞게 정비되어 있으면 근로자성 분쟁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서류 다섯 가지가 서로 어긋나는 회사가 실제로는 더 많습니다. 위촉계약서를 쓰면서 근태는 일반 직원과 같이 관리하거나, 전결규정에는 임원 권한이 있는데 결재 이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어느 사정이 더 무거운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므로, 결론은 사안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류가 전체적으로 근로계약 쪽을 가리키고 있다면, 위임 관계를 전제로 한 해임보다 근로관계의 종료 절차를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로자가 아니어도 임기는 남은 문제입니다.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해고일부터 3개월 이내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이 되고(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제2항), 부정되면 구제신청은 본안 판단 없이 각하됩니다. 근로자성이 부정된 임원에게는 퇴직급여법상 퇴직급여 의무(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도 적용되지 않으며, 보수·퇴직금은 정관과 주주총회 결의로 정합니다(상법 제388조).
다만 임기를 정한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해임하면 회사가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잔여 임기의 보수가 기준이 되므로, 임기가 많이 남았다면 부당해고 구제보다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임원 해임은 근로자성과 임기, 두 가지를 함께 확인한 뒤에 진행하셔야 하고, 두 경로 모두 문제되는 사안이라면 해임 시점과 방식 자체를 다시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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